Page 53 - 여행지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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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치는 자연은 지극히 객관적인 존재이지만, 여행자의 눈에 비친 자연은 주관적이고 심리
                       적이다. 여행자의 눈에 의해 자연은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간의 눈은 투사된 자연을 부단히 해석
                       하고 인식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한다.
                         알랭 드 보통은 새로운 시점이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고 했다. 우리 눈은 자신이 보는 것을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일치시키려 한다고도 했다. 여행자는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풍경
                       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푸 투안은 “원시적 우주관에서는 동서양이 모두 자연을 하늘과 땅의 수직적 풍경으로 인식했다.”라
                       고 말한다. 그러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우주가 자연의 한 단편인 경관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유럽에서는
                       풍경을 수평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풍경을 바라보는 수직적 우주관이 오랫동
                       안 남아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수평적 시각이 강조되는 유럽의 풍경화와 달리 중국의 전통적 산수화는
                       수직적 풍경이 강조된다.
                         이러한 심리적 시점의 차이를 유럽과 중국의 지형 경관의 차이에서 찾기도 한다. 유럽의 지형은 대개
                       굽이치는 형상이지만 중국의 지형은 더 높고 깎아 지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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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흐, 「일출 아래 수확하는 농부」 (1889, 프랑스 생레미)   들에서 수      이가염, 「이강승경」 (1977, 중국 이강)   이가염의 대표적인 산수화는
                       확을 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과 황금 밀밭의 색채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강산수(離江山水)이다. 중국 최고의 절경이라 불리는 구이린의 이
                       고흐의 작품에는 넓은 평야의 밀밭이 많이 등장하는데, 평야에서 살             강을 30년간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정서를 결합한
                       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였다.                            독창적인 화법으로 풍경을 묘사하였다.





                             생 각 깨 우기

                         1  예술가들의 작품에 반영된 각 지형 경관의 매력을 생각해 보자.


                         2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가 자연을 담아내는 차이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3   ‘풍경이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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